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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메가 뱅크 | 미즈호 은행 1편

정보 365 2022.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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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호 은행

みずほ銀行, Mizuho Bank, 파랑은행

일본 메가 뱅크의 마지막 퍼즐, 미즈호 은행입니다.

미즈호 은행의 전신인 제1은행은 이름 그대로 일본에서 최초로 설립된 은행이자 최초의 주식회사 입니다.

기업 컬러는 파란색이며 총자산기준 일본 3위, 세계 15위 정도입니다.

 

이 은행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배경보다도, 제 개인적으로는 여러 불상사가 많았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곳입니다. 

은행 근무자들은 아시겠지만 은행 전산은 워낙 복잡하고 거대한 데다가 '돈'이 얽혀 있는 만큼 한번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사고인 경우가 많으며 수차례의 크고 작은 합병을 거치면서 그 와중에 자주 사고가 일어나는 편입니다.

 

미즈호 은행 편에서는, 이 은행에 대해 별다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의 두 은행과 똑같이 쓰면 좀 재미 없을 듯도 해서 사건사고부터 언급해보려 합니다.

물론 사건사고 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쓸 예정입니다.

 

◇ 첫번째 사고

2002년 당시 일본의 거대 은행 3곳이 합병되어(합병 관련은 후술) 미즈호 은행이 설립되었는데 3곳 모두 상당한 규모의 은행으로 역사가 깊은 은행들이었습니다. 

 

은행이 합병되면 통상 '흡수되는' 은행의 시스템은 폐지하고 '흡수하는' 은행의 시스템을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즈호 은행은 3곳 모두 유수 은행들 간의 대등 합병이어서 어느 은행의 시스템을 남길지 어느 쪽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웠으며, 결국 전산 시스템은 제대로 합쳐지지 못한 채 개시되었습니다(은행 전산 시스템은 워낙 방대하여 이런 일이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송금, 예금 , ATM 등 서비스 별로 관리회사와 시스템이 달라지면서 당시 한 달 이상 ATM에서 현금 인출이 되지 않거나 급여 등 송금이 처리 되지 않고 자동이체가 2중으로 이루어 지는 등 최악의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합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자체도 하나도 온전히 합쳐지지 못하고 제 1은행이 전신인 '미즈호 은행(리테일, 개인고객중심)'과, 후지은행 + 일본흥업은행이 전신인 '미즈호코퍼레이트 은행(홀세일, 기업 고객 중심)'으로 나누어져 버렸습니다(개인적 기억으로, 대학 졸업반 때 동기가 미즈호코퍼레이트 은행에 들어갔는데 여긴 은행 이름이 왜 이렇지 하고 궁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 두번째 사고

겨우 시스템을 동작시키며 2005년까지 통합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연기를 거듭하던 와중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습니다.

 

당시 지진 복구 성금을 받는 계좌가 미즈호 은행 한 지점의 계좌였는데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계좌로 성금을 보내면서 1만건 이상의 송금이 특정 계좌로 한꺼번에 모여들자 미즈호 은행의 서버가 먹통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1988년에 완성된 낡은 시스템이라 1개 계좌에 1만건 이상의 대량 송금을 커버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았음).

 

연이은 대형 사고로 미즈호 은행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금융청(한국의 금융감독원에 해당)으로부터 2002년 첫번째 사고에 이은 2번째 업무개선명령을 받게 되어 당시 은행장과 IT시스템 담당 상무가 사퇴하게 됩니다.

 

결국 미즈호 은행은 시스템을 제대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게 또 하세월입니다.

당초 2016년을 목표로 시스템 통합을 예정하였으나, 워낙 여러 낡은 시스템이 혼재되어 있어 일정은 연기를 거듭하였습니다. 

 

6년이 넘는 개발 기간과 35만명에 이르는 개발 인력, 4500억엔(약 4.3조원. 국민, 신한 등 한국의 은행 시스템 개발비용은 통상 2천억~4천억 수준이라고 합니다)을 들여 통합전산시스템 '미노리(열매라는 뜻)'를 개발했는데, 이 미노리는 후지쓰와 히타치, 일본 IBM, NTT 등 일본 대표 IT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하였습니다.

미즈호 은행의 전신인 3개 은행들이 주거래처들을 무시하지 못하고 대부분 참여시킨 결과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해보신 분들, 특히 일본 업체들과 거래해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이렇게 큰 업체들을 섞어서 진행한다고 꼭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며, 도리어 의견 조율 등 일본기업 특유의 기업 문화로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며 그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비용 증가, 결과물 적시 공유의 어려움 등으로 오히려 단독 회사의 업무 수행보다도 더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시 미즈호 은행 내부관계자조차 일본 유력 경제지 일본경제신문에 "은행 내부에 조차 몹시 복잡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미국 대형 은행인 JP 모건체이스는 전체 직원의 30%가 IT엔지니어인데 반해, 일본 메가 뱅크의 IT전문가 비율은 4%에 불과하며, 온갖 외주사와 수많은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복잡한 구조를 거칩니다.

 

이 미노리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미즈호 은행의 계열사 미즈호 정보총합연구소 아래 1차 하청 70~80개사, 2차 및 3차 하청으로 약 1천개 회사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하청을 준다고 다 품질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수많은 외주 업체들을 관리하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 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이러한 다수 기업이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다면 먼저 철저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첨단 아키텍쳐 적용 등이 필요한데, 시스템 상당 부분이 고전에 속하는 COBOL 언어를 사용해 개발했다고 하니 IT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노리 시스템 이전의 각 은행 시스템은 무려 1980년 대에 개발된 것이었는데, 합병된 은행 3곳의 전산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 전산들을 서로 호환시켜주는 통합시스템을 세웠던 것입니다.

도입 후 40년 가까이 낡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사고가 빈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휴일 등에 수차례 서버를 내리고 악전고투한 끝에 2019년 7월, 통합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2020년 2월, 미즈호 은행의 통합과정에 대해 다룬 책도 출간되었는데 제목이 [미즈호은행 시스템 통합 악전고투의 19년사, 사상 최대의 IT 프로젝트 '3번째의 정직함']입니다.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https://www.amazon.co.jp/dp/4296105353/

 

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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